게임을 끝내지 못 하는 까닭을 찾아서 2 - 이동


뜻밖의 선물

눈치 없게도 편의점 주인은 그의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그에게 최신형 스마트폰을 선물했다. 주인은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눈치였다. 그는 주인의 순수한 마음에 감사하며 그 선물을 고맙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힘찬 목소리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언젠가는 꼭 이 도시의 대학에 당당히 합격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새로운 다짐과 함께 새 폰을 개통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잠시 호기심에 새 폰을 뒤적거리다가, 밀려오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잠의 시작이었다.

 

피와 철의 환영

주변이 갑자기 쩌렁쩌렁 시끄러워지는 소리에 그는 혼란스러운 듯 눈을 떴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것은 익숙한 좁은 방의 천장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앞을 향해 마구 달리고 있었고, 그의 주위 모든 이들 또한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며 미친 듯이 전진하고 있었다. 그의 양손은 낯설지만 묘하게 익숙한 감각의 창 한 자루를 꽉 쥐고 있었고, 몸에는 거적 같은 옷과 해진 신발, 그리고 거친 가죽으로 만든 장갑과 모자가 씌워져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마치 오랫동안 그와 함께했던 것들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저 앞, 아득히 먼 지평선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과 땅을 울리는 북소리, 수많은 발굽이 지면을 내리치는 묵직한 소리가 마치 거대한 재앙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이내 비명과 무기들이 부딪히고 깨지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웠다. 뒤에서 밀어붙이는 거대한 힘에 밀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발아래로는 쓰러져 버린 이들의 몸이 느껴졌고, 그는 그 위를 밟고 가야만 했다. 살기 가득한 비명과 고함 소리 사이로, 창을 든 한 적병의 얼굴이 끔찍하게 일그러진 채 그를 향해 창을 찔러왔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그 공격은 그의 눈에 너무나 느리고 불분명하게 보였다. 그는 마치 춤을 추듯 그 공격을 슬쩍 피했고, 반사적으로 쥔 창을 망설임 없이 아래로 내리 질렀다.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그의 창은 적의 몸 깊숙이 박혔다.

 

창을 빼내려 했지만 뒤에서 밀려오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더 앞으로 밀려나가며, 그는 자신이 찌른 적의 몸을 그대로 밟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의 손에 쥔 창은 비틀리며 마침내 살점을 찢는 소리와 함께 적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유사한 동작을 일곱 번쯤 반복하고 나니, 주위의 혼돈 속에서도 찰나의 여유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간신히 숨을 돌리려는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다시금 하늘과 땅을 뒤흔들며 온몸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그것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쟁의 서곡과도 같았다.

 

전장의 현실과 기묘한 제안

독전관들은 병사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거대한 칼을 휘두르며 끊임없이 겁박을 가했고, 그들의 뒤편으로는 거친 가죽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서 굳건히 파이크를 움켜쥐고 다가오는 적의 기병들을 대비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기적처럼 아군 기병들이 측면으로 급선회하며 적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발견했고, 그제야 독전관들은 적들이 더 이상 밀고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신호를 보냈다. 결국 적들은 지쳐 더 이상의 전진을 포기하고 혼비백산하여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와 그의 아군들은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마치 거대한 바위가 짓누르다 사라진 것처럼, 몸의 모든 긴장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그러나 독전관들의 승리 함성 유도에 그들은 젖 먹던 힘까지 억지로 끌어내어 환호성을 질러야만 했다.

 

그리고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전장의 어스름 속에서, 인간의 존엄마저 사그라지는 처형과 약탈이 시작되었다. 그는 주위에 휩쓸려, 혹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이미 숨이 끊어진 적들의 시체 곁을 서성이며 짧은 은총을 빌어준 후 그들의 옷과 소지품을 망설임 없이 털었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어둠이 깔리자, 핏빛으로 물든 물과 고기 비린내가 희미하게 나는 국물로 늦은 저녁 식사를 때웠다. 거친 하루의 끝, 그는 불길이 일렁이는 불가 옆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눕혔고, 고된 피로에 짓눌린 채 잠시나마 휴식이라는 이름의 낯선 평화 속으로 깊이 잠겨들었다.

 

아침, 아직 덜 지워진 어제의 악몽처럼 스산한 전장의 공기 속에서 그가 눈을 뜨자,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에서 그의 의식 속으로 직접 스며드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묘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대는 지금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전이되었으며, 혹 이 모든 혼란을 뒤로하고 본래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내가 기꺼이 그대의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다고." 하지만 목소리는 이내 차갑고 명료한 대가를 요구했다. "다만, 어떤 특별한 능력을 얻는 것처럼, 이 대전이 과정에도 합당한 대가가 필요할 것이니 잘 생각하라." 


그는 문득, 과연 자신이 그 반복되고 지루했던 본래의 삶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회의에 휩싸였다. 매일매일이 똑같이 흘러가던 그 삶은 사실 별 재미도, 의미도 찾기 어려운 나날의 연속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충분한 돈이라도 있어서 대학이라는 곳을 여유롭게 다닐 수 있다면 모를까, 지금 그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자 목소리는 그의 마음속 빈틈을 파고들듯 교묘한 제안을 건넸다


"걱정할 것 없다. 만약 네가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선택한다 해도, 네가 이곳에서 얻은 재산들을 기꺼이 함께 전이시켜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속삭이는 것처럼." 그것은 마치 탐스러운 과실처럼 달콤하게 그를 유혹하는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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